‘명품’이란 무엇일까?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물건 혹은 작품’이라고 되어 있다. 정확하긴 하지만 설명이 부족하다. 이러한 설명은 ‘뛰어난 물건 혹은 작품’이란 어떤 것인가? 라는 질문을 또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삼성 경제연구소는 명품이란 ‘다른 소비를 줄여서라도 꼭 사고 싶은 상품’이라고 정의했다. 경제연구소라 너무 그런 쪽으로만 치중해서 그런가? 아니면 쉬운 말로 이해하기 쉽게 정의를 내리려 해서 그런가? 명품의 정의를 소비와 상품에 국한시켜 버렸다. 명품이란 말은 참 거창한데 너무 협소하게 정의를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명품이라 하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것일 테니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이는 ‘물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목마를 때 마시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명품이란 말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명품이란 ‘깊은 철학과 가치가 내재되고 객관적인 멋과 아름다움이 형상화된 품질과 기능이 뛰어난 물품’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 정의를 보면 명품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첫 째는 깊은 철학과 가치가 내재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객관적인 멋과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품질과 기능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5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이제는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에서 12위권에 드는 나라가 됐다. 우리 아버지만 해도 어렸을 적 굻어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먹기 싫어서 안 먹은 적은 있어도 먹을 것이 없어서 굻은 적은 한번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비만을 걱정해야 한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사람이 굻어죽는 나라에서 비만을 걱정해야 하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

  그동안 우리 아버지들은 참으로 열심히 만들어 내다 팔았다. 품질보다는 가격으로 밀고 나갔다.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값싸게 무조건 많이 내다 팔면 어쨌든 남으니까. 그것으로 우리를 먹이고 키웠다. 산업사회를 정말로 치열하게 살아오셨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지금은 조금 다르다. 가격만으로는 안 된다. 품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품질이 있으려면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지식과 기술의 사회인 것이다. 우리는 사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다. 삼성, LG 같은 회사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 꼭 그런 대기업의 첨단 제품만이 아니라 작은 물건 하나라도 이제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 품질이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우리 아버지들이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의 변화에 치열하게 적응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산업 사회에서 지식, 기술 사회로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들이 이렇게 적응에 성공한 것은 우리 아버지들의 공로가 크다. 우리 아버지들은 앞으로의 사회는 지식과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아시고 우리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시켰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들의 아이를 키우는 다음 세대는 어떨까? 우리 아버지들이 지식, 기술 사회에 대비하여 우리를 교육시켰던 것처럼 과연 우리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여 우리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이 사는 미래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지식, 기술 사회가 지난 다음은 어떤 사회가 올까?
 
  나는 이 방면의 학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다. 내가 선견지명이 있거나 남이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사회를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예측하는 다음 세대의 사회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고 또 많은 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여 살아갈 사회는 문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버지들은 그냥 제품을 내다 팔았다. 우리는 그 제품에 지식과 기술을 넣어 내다 팔았다. 우리는 최첨단의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지만 이제 이것도 서서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제품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가? 제품이 넣어야 할 것이 한 가지 남아있다. 그것은 가치와 철학이다. 고유한 문화와 정신을 넣어야 한다. 다시 말해 위에서 정의한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참 쉽지가 않다. 물건을 만드는 것은 열심히, 부지런히 하면 된다. 밤을 새워서라도 많이 만들면 된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들은 참 열심히도 일하셨다. 지식과 기술은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할 줄 아는 사람한테 가서 배우고, 열심히 외우고, 열심히 책 읽으면 된다. 그냥 단순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지만 20~30년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밤을 새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열심히 수학문제 풀고, 영어단어 외우고, 사회, 과학책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런데 가치와 철학은 어떻게 해야 되나? 문화와 정신을 어떻게 해야 제품에 넣을 수 있나? 열심히 수학문제 풀면 되나? 열심히 영어단어 외우면 되나? 어림도 없는 소리다. 결코 쉽지가 않은 일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 내는 물건에는 명품이 없다. 명품을 만들지를 못한다. 명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명품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품질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혹시 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먹고 하려 든다면 수년, 혹은 십 수 년  내에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멋과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는 것, 철학과 가치를 심는 것은 단 시간 내에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명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로 요원한 것일까? 쉽지는 않지만 우리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정말 아름다운 명품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 명품을 만들던 맥이 일제 시대와 산업 사회를 거치면서 끊겼다. 일제 시대에 전통과 문화의 단절을 겪었고, 뒤이어진 산업 사회에서는 무조건 많이 만드는 것이 최상의 가치였다. 어떻게든 만들어 쓰고, 팔아서 배고픔을 면해야 하는 시대에 제품에 아름다움과 가치를 심는 것은 사치였던 것이다. 그러니 명품의 맥이 끊어진 것이다. 실제 옛날의 물건들을 살펴보자. 이삼십 년 전, 즉 우리나라가 산업사회로 들어설 무렵에 만들어진 물건들은 참 조잡하고 촌스럽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이 몇 백 년 지나면 가치 있는 문화재가 될까? 오랜 시간이 지나면 혹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는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화재로써의 가치는 힘들 것이다. 명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수 백 년 전 우리 조상들이 만든 물건을 보자. 경복궁, 창덕궁, 도자기, 미술작품, 고 가구들을 보자. 21세기인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러움이 없다. 세련되고 단아하다. 예술적 균형이 잡힌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세월이 가고 유행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러한 물건이 가진 멋스러움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명품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물건을 만든 장인들은 그 물건에 철학과 가치와 아름다움을 심었다. 하지만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그것을 잃어 버렸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멋없고 흉물스럽기만 한 네모난 건물들, 그곳에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간판들, 그 간판에서 품어져 나오는 천박한 불빛들, 멋대가리 없는 가로등, 전봇대, 철봉으로 대충 용접해 놓은 난간과 도로변의 울타리들, 심지어 고궁의 문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도의 그림이나 글씨는 도대체 고궁과의 어울림을 조금이라도 고려한 것인지.
 
  오늘날 우리는 물건의 아름다움이나 가치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물건이 그 기능만 하면 됐지 무슨 배부른 소리냐는 식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한 우리는 그러한 것에 젖어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기에도, 그것에 철학과 가치와 문화를 심기에도 너무 버겁다. 명품을 만들어 낼 저력이 없다. 우리는 빨리 빨리 만들어 돈을 벌기 위해, 배고픔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무 소중한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되찾아야 한다. 이제는 그것이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다.

  주입식 교육만 받아온 우리들, 기술, 산업사회의 역군으로써만 훈련 받아온 우리들은 당장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명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되찾아 오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철학과 가치, 문화와 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 전체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아이들은 그런 문화적 바탕위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성장해야 한다. 그러한 문화와 분위기에 완전히 푹 담가지고 적셔져서 자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나? 우리는 아직도 우리 아버지들이 우리를 키웠던 방식, 기술 사회의 인물로 키우는 그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여전히 수학문제만 풀게 하고, 영어단어만 외우게 하고 과학책, 사회책에 머리 박고 들여다보게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활동할 미래에 필요한 인물은 부지런한 산업, 기술 사회의 역군이 아니다. 이러한 자들은 이제 잘해야 2인자 밖에 되지 못한다. 진짜 주인공은 창의력 있는 문화 사회의 창조자, 명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인 것이다.

  이제는 이 땅에서도 다시 명품이 태어날 수 있는 기초 토양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부터 변해야 한다. 물질 만능주의, 돈만 아는 천박한 가치를 버리고, 제대로 된 가치와 철학을 가져야 한다. 멋스러움을 보고, 느낄 줄 알아야 한다. 흉한 것은 버려야 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창의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가운데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또한 우리 아이들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키울 수 있을 것 아닌가?
 
  나는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 손에서 정말로 아름다운 명품이 나오기를. 그리고 나는 다른 소비를 줄여서라도 그 명품을 기꺼이 구입하고 만족하며 사용하는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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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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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전인가요? 사실..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명품은 거의 없었지여...
    이후에..외국에서 인지해주고 엄지손가락 치켜올려준것들이 하나둘 나오더군요...
    제가 들은바로는..애니콜....그리고..초고속 인터넷..
    인삼..
    하지만..패션강국 이태리나 프랑스처럼...100년이상의 기업을 운영하면서 별도의 마케팅없이 명품반열에 올라선..아이템은 아직 없는것 같습니다..
    우리아이들이 커서는..더많은 명품들을 만들어 내 줄것이라고 믿어주고..그 토양도 만들어줘야겠지요~
  2. 2010/08/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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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명품 만들고 싶고,,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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